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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와 해고에 대한 입장
  안중언     2016-04-07 10:31:11     1258

건설기업노조 동지들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3월 31일 징계위원회에서 해고판정을 받은 안중언입니다.

지금의 제 심경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동지들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해고를 당했습니다.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소명과 심문이 끝나고 징계위원들께서 징계 결정을 한다고 나가 있으라고 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회의가 끝났는지 징계위원들께서 나가시고, 사무처 카톡에 징계위 결과가 해고라는 내용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고된 줄 알았습니다. 왜 해고 판정이 났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해고 당일 해고를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아침밥을 먹여 아내를 출근시키고, 두아이를 준비시켜 학교에,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을 했습니다. 사무처 직원들은 전날 삼환기업 1박2일 대대에 갔습니다. 오전 11시쯤 홍순관 위원장님과 사무처 동지들이 사무실에 왔습니다. 사무처 직원 중 한명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어제 해고 결정이 났으니까 재심을 신정하기 전까지는 징계 결과가 실효된 것이어서 사무실에 나오면 안된다고 위원장님께서 내용을 전하라 했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아! 그렇구나!

집에서 저녁밥을 먹으면서 아내에게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나 고민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알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해고가 되었다고, 아내는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냐고 물었습니다. 저번에 이야기한 징계 내용이 해고로 결정이 났다고 했습니다. 화를 내며, 무슨 근거로 그리된 것인지 물었지만 저도 알지 못하는 내용이기에 제 추측을 이야기 했습니다. 아내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제가 해고 되었구나를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 오전 할아버지 제사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러갔습니다. 전거리, 고기, 나물 등 제수용품을 사고 결제를 하니 20만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영수증을 보면서 앞으로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번째 해고를 실감했습니다. 월요일 아침 아내가 출근하고, 두 아이를 준비 시켜 학교를 보내고 막내를 평소보다 늦게 어린이집에 보내는데, 아이가 웃으며 묻습니다. 아빠 오늘은 회사 늦게가도돼? 어... 그래. 아빠 오늘 늦게 가도돼. 세 번째로 해고를 실감했습니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아침과 저녁 식구들과 식사를 하면서 문득문득 걱정이 듭니다. 뭔가 모르는 예전과 다른 막막함, 미안함, 무력함... 이를 들키지 말아야 하는 심리적 압박, 왠지 감정을 들어내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압박, 아내와 아이들에게 내 감정을 전달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

문득 문득 일상에서 마주하는 해고였습니다.

 

이런 일주일을 보내면서, 문득 그동안 제가 상담했던, 교육했던 내용과 조합원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분들도 그랬겠지? 권고사직 대상이 되었을 때 가족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했을까? 재택근무에 처해졌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솟구치는 감정들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는 그분들에게 해고법률을 이야기 하고, 절대 짤리지 않는다고 말해왔습니다. 버티면 대기발령하고, 재택근무하고, 보복인사발령을 하지 회사는 절대 해고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해고하면 오히려 땡큐죠. 지노위 가면 부당해고 판정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반드시 우리가 이깁니다. 그리고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인생을 살다보면 그런 때도 오는 것 아닙니까? 힘드시겠죠. 절망적이겠죠. 그렇지만 여기서 사직서 쓰고 나가시면 더 힘든 세상과 절망이 기다릴 겁니다. 견디세요. 해고 후 복귀를 걱정하신다구요? 그건 그때 걱정하셔야죠! 지금은 원직복직이 우선이죠. 그리고 노조와 함께 싸워야죠. 해고되면 일인시위도 하고, 회장집도 찾아가고, 노동부도 찾아가고, 여러분은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노조가 도와줄겁니다.

제 입으로 한 말들을 생각해 봤습니다. 참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을 했구나. 우리 조합원들은 이런 일상을 견뎠던 거구나. 쉽게 말할 일이 아니었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한 벌을 받는 걸까? 한편으론 당시 그분들이 제 말에 큰 힘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알지도 못하는 제 말을 믿고, 따라주시고, 고맙다고 하시고 했습니다. 우리가 알려드린 데로 투쟁을 하고, 성과를 내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았던 것 같습니다.

 

육아휴직 말미, 업무복귀를 준비하던 중에 사무처 직원 연맹파견이 논의되는 걸 알았습니다. 저는 육아휴직 대체 인력이 계약직인줄 알았는데, 위원장님은 이미 정규직으로 뽑아서 한명을 파견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위원장님 면담을 통해 원직복직을 요청했습니다. 파견거부 이후 우연인지 필연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징계가 발의되었습니다. 제가 사회연대 활동을 위해 육아휴직을 악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예전부터 공개된 활동이 왜 이제야 문제가 되는지 납득할 수 없었고, 사실과 다른 부분, 규약규정 위반에 이의가 있어 이러한 부분이 징계위에서 다루어질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저는 징계위원회에 참석하면서, 우선 징계요청서에 있는 내용이 규약, 규정 위반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먼저 논의가 되고, 이후에 저에 대한 소명과 질의가 있고, 이를 종합적으로 논의해 판결이 이루어 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상급단체 법률원이나 전문가들의 자문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저의 소명이후 저에 대한 질의와 심문만이 진행되었습니다. 징계위원회 결정이 끝난 후 저는 어떤 내용으로 제가 해고된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징계절차에는 징계위원회의 징계 이후 일주일 이내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너무나 억울하기에 당연히 재심 신청을 하려했습니다. 재심은 중앙위원회에서 열리게 되어있습니다. 저는 징계발의가 되고 징계위원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정한 과정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사실관계 확인과 규약규정에 대한 명확한 적용과 해석이 바탕되는 징계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떠나 저의 과거를 돌아보고 분란이 생긴 도의적 책임에 대해 이번을 기회에 사과드리고 환골탈퇴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제 기대와는 달리 징계사유의 적합성과 징계내용의 합리성, 징계양형의 적정성 무엇하나 납득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반면에 징계의 과정에서 저에 대한 오해가 증폭되고, 사실관계를 넘어서는 추측과 비난이 있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이 문제로 건설기업노조에서 공방을 벌이고, 이로 인해 조직 내부의 분란이 증폭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징계내용과 해고결정에 대한 판단을 지방노동위원회에 맡기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민주노조 정신에 위배되는 부당해고에 대해 맞서 투쟁하고자 합니다. 저는 그동안 수 많은 단위에서 발생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민주노조 운동의 방식에 따른 투쟁을 지원해왔습니다. 우리는 투쟁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깨달았고, 민주노조 운동이 추구해야할 올바른 가치를 세워나갔습니다. 저 또한 이러한 근본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쌍용차 투쟁, 한진중공업 투쟁, 건설기업노조 단위지부 투쟁에서 외쳤던 구호입니다. 어떤 이념과 명분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해고가 되면 한달 월급으로 살아가는 월급쟁이들과 그 가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지켜야할 가정이 있고, 식구들이 있습니다. 건설기업노조 동지들이 임금체불이 되어 사주 앞에서 피터지게 구호를 외치고 노동부를 규탄한 것과 같이 저도 생존의 문제입니다. 제가 얼마나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얼마나 저로 인해 조직이 위기감이 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12년간 건설기업노조와 생사고락을 같이한 제게 이렇게 해고라는 칼을 꺼내 드셔야 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물은 엎질러졌고, 저는 저의 길을 가야 합니다. 저와 제 가족의 생존과 제 자존심과 지난 12년의 삶을 이렇게 짓밟힐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이러한 구호를 외치고 탄압받는 이들과 연대해온 민주노조운동을 표방하는 노동조합에서 파견요구를 거부한 노동자에게 이후 징계를 발의하고, 더 나아가 해고를 했습니다. 사용자들이 우리 조합원들에게 수없이 저지르는 잘못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비판하고 투쟁하는 대상들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습니다. 민주노조 운동은 우리가 스스로 내세운 가치를 지키고 소중히 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징계와 해고의 과정은 민주노조의 역사와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해고가 된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번 징계와 해고를 통해 보여진 문제들에 대한 성찰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투쟁의 과정에서 제 스스로를 돌아보겠습니다. 지난 12년간 민주노조 운동을 한다면서 오만과 독단, 불통과 자만이 제게 물들어 있지 않았는지 성찰하고 반성하겠습니다. 그리고 투쟁해 나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위지부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문제의 당사자가 된 점에 대해 동지들께 송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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